희망이 있는 이야기

나눔의 변화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당장의 아픔을 달랠 '항생재'가 아니라 이제 이 아이들의 내일을 열어주는 '보약'을 주십시오
(사)희망을여는사람들은 따뜻한 마음을 전하려는 시민들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모든 활동을 시민과 함께 하고자 이를 '시민활동'이라 부릅니다.
혼자는 어렵지만 함께 모이면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87호 봄호 김민주 희망배움이 기고글
관리자 | 작성일2023-06-05 | 조회 383회

본문

교육의 가치, 그리고 또 다른 인연을 맺는다는 기쁨

 ​

​김민주 희망배움이 

 

사랑은 사람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막연한, 어찌 보면 꿈같은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내 경험은 지나친 이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확연했다. 처음 학생과 만난 날, 메신저를 이용해서 시간을 조율하고, 수업 방향을 안내하기로 했었는데 문장 하나하나를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글자 하나마저도 고심하여 연락했다.

처음 한 달은 학생과 두 시간동안 수업만 진행했다. 중간고사가 가까워 다른 이야기를 할 겨를도 없었고, 무엇보다 나보다 어린 학생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를 잘 몰랐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학생을 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핑계로 그저 유지하기 편한 선생과 학생이라는 수직적인 모습만 고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수직적인 관계는 단 두 시간 만에 처음부터 동등한 친구관계였다는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수업을 하기 보다는 진솔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 학생의 집으로 버스를 타고가던 도중, 어느 날은 카페에서 수다를 떨자고 했고 학생은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작은 카페에서 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교가 끝나고 바로 온 모양이라,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방과후 수업을 하고 왔다는데 힘들진 않았는지와 같은 형식적인 대화로 시작해서 점차 나와 학생의 삶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좋아하는 아이돌부터 시작해서, 학생이 다니는 여자중학교와 내가 다녔던 여자고등학교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학교만의 공감대를 찾았다. 또한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 취미가 무엇인지와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나잇대의 여느 아이들처럼 유쾌하고 착한 학생이었다. 웃음이 많고, 많은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걸 좋아하고, 남자 아이돌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며, 지금 제과와 바리스타 자격증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게 많지만 특출한 재능이 없어 고민이라고 하는 학생의 말을 듣고 내가 중학생 때 아버지께서 해 주셨던 말씀이 문득 기억났다. 수 년동안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아버지께서는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어린 나는 지금 당장 눈으로 보이는 결과가 없는데, 아버지는 나의 상황을 잘 모르면서 그저 위로를 하려고 허울 좋은 말을 늘어놓고 계신다고 생각했다. 현재 나는 그림을 그리는 학과에 진학하진 않았지만, 아직까지도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나를 지탱해줄 수 있는 좋은 취미가 생긴 것이다. 나이가 들고 나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학생을 보고서야 비로소 아버지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이 말을 학생에게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리고 어렸을 때 하고싶은 것을 최대한 많이 경험하며 견문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해 주었다. 학생이 옛날의 나처럼 좋아하는 게 재능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 할수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을 때나, 아니면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지금의 관심사를 취미와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으며 내가 했던 말을 다시 기억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여전히 학생은 나와 함께 꾸준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쉬는 시간마다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서약을 하던 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공부도 잘 따라와 주고 있고, 약속도 잘 지키고 있다. 내가 학생을 바꾼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학생이 나를 바꾼 것은 확실하다. 항상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주는 것에 대한 기쁨을 알게 해 주었고, 혈연으로, 그리고 우정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어 한 층 더 깊은,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알려주었다.

교육은 단순히 학교 공부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받았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봉사활동을 하며 나눈 수십 개의 교과적 지식보다 나는 저 두 시간동안 나누었던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학생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내가 나누어줬던 사랑을 또 다른 사람에게 나누고, 사랑을 받은 사람이 다시 사랑을 나누는 선한 영향력이 반복된다면 세상은 더 따뜻해지고, 나누는 것에 대한 가치를 비로소 모두가 느끼게 될 것이다. 

 

* 본 기고문은 본 기관의 정책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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